본문 바로가기

culture/music

[가슴 시린 날들의 뮤직에세이] 락키드의 어수룩한 음악생애

 

이제 막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라는 꼬리표가 제법 그럴듯하게 붙을 무렵, 소년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워크맨..(정확히 말하자면 삼성 마이마이였던것 같다)이 생기기전까지는 집에 있던 더블 데크 카세트 덕분에 소년의 감성은 싹을 트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

모두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에 열광하던 그 때, 소년을 락키드로 인도했던, 다리가 미끈했던 꽃미남 락밴드… Skid Row1테잎은 너덜너덜거리며 소년의 방에서 무한반복되고 있었다.

마치 불량스런 청소년이 되고 싶어하는 비뚤어진 욕망을 어렵사리 억누른 체 듣는 세바스찬 바하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보다 아름답게만 들려왔다.

Skid Row <18 and Life>

Motley Crue <Dr. Feelgood>


워크맨처럼
쌔끈하게 잘빠지진 않았지만 삼성 마이마이도 그 과한 투박함때문에 들고다니긴 쪽팔렸지만 가방에 숨겨 넣어다니긴 충분했다. 밖에서도 음악을 듣는 기분이란말그대로 째지는 경험이었다. 이어폰을 끼고 거리를 걷는다는 사실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거친 음악의 세계로 빠져들수록 소년은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시답지않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MetallicaMegadeth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친구들과 벌이는 논쟁은 결론을 낼 수 없는 영원한 난제였다. 역시 남자라면 메탈음악을 들어줘야 했다.

Metallica <Enter Sandman>

Megadeth <Skin O’ My Teeth>


반항기와 장난기가 가득했던 어릴적 친구는 길바닥 어딘선가 버려져있던 일렉기타를 주워왔고, 어머니를 졸라 베이스 기타와 자그마한 앰프를 장만했지만, 드럼은 집안 여기저기서 구해다가 즉석에서 조립해야했다. 그런 ㅄ같은 헝그리정신이 락스피릿일거라 굳게 믿었다. 그 즈음 그닥정신인거 같지 않은 멋진 친구들의 음악을 듣게되었다. Greenday친구 방에서 미친듯 뛰어놀 수 있게 해준 Punk 선생님들의 그 또라이 기질이 마냥 부럽기만했던아름다운 쌩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다.

Greenday <Dookie>
Offspring <Come Out & Play>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려나오던 침울한 목소리에 강렬한 임팩트이상한 신선함이었다. 영국산 락음악이라니그 이후 오랜기간 주구장창 들을수 있던 그 노래 Radiohead <Creep>. 거친 기타소리보다 이상야릇하지만 음울한 기운이 이상하게 귀를 끌어당기던 그 음악들은 메탈리카와 메가데스 같은 씹을거리를 또다시 던져주었다. 바로 OasisBlur… 영국발음도 자꾸 들으니 귀에 착착 감기는 것 같다며, 어처구니 없는 덜 떨어진 생각이란창피하기 그지없다.

Oasis <Stand by me>

Blur <Song2>


소년이 자라서 대학을 가고 엄연히 성인의 나이가 되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역시 술과 담배는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데 최고의 인생의 낙이라는 신념을 굳혀가며, 하루하루 자유의 날개를 달고 정신줄 놓고 그들 만의 세계를 날아다니기 일쑤였다.

맥주와 어울리는 음악과 담배와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년은 더 이상 거친음악에만 집착할 수가 없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의 조그만 바에 앉아 자욱한 담배연기 아래서 버드와이저를 기울이며 듣던 노래들은그 곳이 또 다른 heaven임을 일깨워주려는듯 했다.

Guns N’ Roses <November Rain>

Nirvana <Come as you are>

Klaatu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소년에게 직업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면서 세상과 부딪히고 매일매일 해야하는 일이라는게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긴장감과 답답함은 감성의 분출구를 서서히 조여오는 듯 했다. 소년에겐 새로운 사람이 필요했고,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 홍대 앞 거리로 나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새로운 감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더 넓은 세상을 찾아나선 소년은 자신만의 울타리를 넓혀나가며 다양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공유하는 법을 하나씩 깨닫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중요한 매개체였다. 음악을 통한 새로운 감성의 발견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길거리 버스킹 밴드에게서도, 락페에서의 대형 무대에서도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철부지 락키드는 조금씩 철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철부지로 남아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The Beatles <Come Together>

Eric Clapton & B.B. King <Riding with the King>

앗진 2009. 11. by 풋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