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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usic

당신과 나, 그 중간쯤에 Hedwig

 

#. 날 부수다 (Tear me down)

헤드윅은 중간에 서있다.
그는 비록 베를린장벽의 동쪽에서 태어났지만 그 장벽 위에 우뚝 서서 사람들이 장벽을 해머로 부수듯 자신을 부수라 말한다. 단순히 동쪽과 서쪽을 상징하는 이념의 굴레가 아닌 속박과 자유, 남자와 여자, 정상과 밑바닥, 그 모든 것을 구분짓는 장벽
위에서 자신을 부숴버리라 소리친다
.

목소리는 가녀린 듯 하지만 힘이 넘친다. 기타 선율은 아름답다가도 거칠게 뭉개진다. 모든 것의 기준이라도 된 듯 그녀..
혹은 그의 모습은 한때 저주받았던 예수를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동베를린에서 미국으로 날아온 헤드윅의 첫 외침,
날 부숴봐, 얼마든지

너무나 미국적인 Rock’n Roll 쌩쇼에 혼란스럽다. 어찌되었건 John, 당신 너무 아름다워.



#. 사랑의 기원 (Origin of Love)

어디서나 불편한 존재라는 낙인과 편견. 식당을 전전긍긍하며 공연을 펼치는 동독의 Rock’n Roll 전사 Angry Inch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 착한 일이라곤 단 한 개도 할 줄 모르고 방탕하기만 할 것 같은 이들 역시도 느끼는 인류보편적 감정이
있었으니 그 위대하다는
사랑이다.

인류가 멸망하기 전에는 사랑타령을 담은 노래는 끊이지 않을거라는 건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다. 나와 당신의 사랑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사랑의 기원은 어떤 의미
, 아니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수 있을까. 쉽게 와닿지 않는다. 신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그렇게 그 시작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지구가 평평하던 때를 이야기한다.

두 명의 인간이 등이 붙은 체 모두가 그렇게 태어나고 살아가던 시절, 신에 의해 천둥번개가 내리쳐 등이 갈라지면서 한 개의
몸은 그렇게 둘로 갈라지고
, 그러게 두발 달린 동물이 된 사람들, 그 사람들이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고통. 그것이 사랑이야. 그게 남자든 여자든, 이성이든 동성이든 그 영혼의 고통은 똑같은 크기로 서로의 심장을 아프게 하지. 그게 사랑이고 그래서
난 내 반쪽을 만나야 해
.



#. 성난 1인치 (Angry Inch)

6인치에서 5인치 잘리고 남아, 일어나려 해도 일어날 수 없는 성난 1인치.
성전환수술에 실패하여 성나고
,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자신의 모습에 성나고, 그에게 호모 새끼라고 욕하는 뚱보 때문에
성이 난다
. 성난 듯 부르짖지만 전혀 꿇리지 않는 당당한 1인치.

어느 하나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면 안되는 것인가. 그렇지 못하면 비난받아야 하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병신 취급
받기 십상인 세상의 잔인함때문에 나와 당신은 하나가 될 수
없는것일까.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그 사랑에 대한 절박함은
분노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 분노는 나를 기운 빠지게 하지만 내 안의 나를 한뼘 더 키우기도 한다.



#. 사악한 작은 도시 (Wicked Little Town)

어두운 소음만이 가득한 이 사악한 도시에서 내 목소리를 따라 오라고 그윽하게 얘기하는 헤드윅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섹시한 소년
토미는 의지할 곳 없는 악의 도시에서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 목소리를 따라 서서히 사악한 도시를 벗어나길 원했고
, 아담과 이브가 깨물었던 사과를 헤드윅에게 얻으려 한다.
사랑의 시작을 알려주었던 그 사과를
.

왜 사랑이 영원하지?” “잘 모르겠지만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창조하는거 같아. 즐겁잖아.”

아담과 이브의 천국을 찾아가려 했던 토미는 아담과 이브의 중간에서 당황하고 만다. 그 중간엔 아무것도 없는 줄만 알았다.
사악한 도시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가려했던 이들의 고통도 사랑이란 이름일까.
콜린스 풍으로 부르겠다던 헤드윅의 잔잔하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만큼 아름답진 않은 것이 분명하다.


#.
난 꿰매졌어 (Exquisite Corpse)

펑크와 행위예술의 지경에 이른 헤드윅의 자조적인 외침은 그의 혼란스러웠던 인생을 단방에 말해주는 어지러운 노래로
완성되었다
. 찢어지고 꿰매어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느꼈던 분노와 갈등이 폭발하며 헤드윅은 더 이상 자신을 감추지 않고
불행한 역사에 대한 화풀이를 시작한다
.

미친듯한 헤드윅의 몸짓과 정신 나간듯한 목소리는 파멸을 향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간다.
결국은 자신의 브래지어 안에 넣어두었던 토마토를 꺼내어 던지며 모든게 끝이난듯 쓰러지고 만다.

그때 토미의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 오는 <Wicked Little Town> 헤드윅을 위로하는 노래가 되어 분노의 고통을 다시 따뜻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준다
. 헤드윅은 이 노래를 통해서 자신 스스로가 사악한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리하게 감동 주려 한 티가 나도 좋다. John 당신의 음악을 따라서 사랑을 찾을 수가 있게 되었어.



#. 당신들은 모두 옳아요 (Midnight Radio)

사랑이 주는 자유를 느껴봐. 네 영혼은 이미 알고 있어. 너의 피가 심장에서 뇌로 통하는 길을 알고 있듯이. 당신은 빛이야.
어둔 밤을 밝히는 라디오 전파같은.”

이쯤 되어 그의 입에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모습을 본다는 게 낯설지 않음은, 당신과 나의 믿음과 사랑이 이어졌음을
확인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 당신과 나 그 중간쯤에 헤드윅을 통해서 우리가 이어진 것이라면 해피엔딩은 당연한 것.

비로소 음악으로 하나되는 장면을 연출하는 그의 마지막 노래는 음악이 줄 수 있는 감정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듯 하다.
나와 당신이 음악으로 이어졌으니 이제는 다시 음악 속에 담긴 사랑의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락커들이여 당신들은 옳으니 서로를 믿고 오늘밤을 보내요.”

각자 밤하늘에  떠있는 빛나는 별이 되어 아름다운 별자리를 이루는 그런 겨울 밤을 만들어보라.
비록 John은 멀리 있지만 그의 노래는 늘 가까이 있지 않은가.

앗진 2009.12. by 풋내기